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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배당 이용후기

가지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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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REVIEW

롤드컵배당 나서려 들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 손속에 사정을 두어서는 안 됐다.

“오라버니, 주령 잘 데리고 있어! 싸우면 안 돼, 알지?”

연량에게 주령을 날리듯 던진 후 황급히 소매에 손을 넣었다. 아껴두었던 할아버지의 극독을 꺼내는 손이 잘게 떨렸다.

나는 이를 으득 갈며 비도를 움켜쥐었다.

* * *

롤드컵배당 하늘이 푸르렀다.

초겨울답지 않게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는 주인을 바라보던 적뢰는 남궁휘에게 찻잔을 건넸다.

따뜻한 차를 손에 쥐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던 남궁휘가 입을 열었다.

“적뢰.”

“예.”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직접 나가는 게 맞을 것 같아.”

“……아, 그러십니까.”

적뢰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너도 그게 나아 보이지?”

“예, 예. 소가주. 한 번만 더 말씀하시면 번복이 여섯 번쨉니다. 뭔 놈의 마음이 숨 쉴 때마다 팔랑팔랑 바뀝니까?”

“이번에는 확실히 정했어. 오해는 바로바로 풀어야 한대.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는 게 상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이랬어.”

“당 소저가 오해할 게 뭐가 있습니까. 그분은 소가주를 기억조차 못 할 거라니까요. 그보다 그 말은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언정 소설에서 그러던데.”

“……그건 또 언제 찾아 읽으셨는데요?”

“내 짐에 연아 책이 섞여 있더라고.”

헛웃음을 삼킨 적뢰는 누이동생이 읽던 언정 소설의 내용을 줄줄이 읊는 남궁휘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다관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모처럼 네 시진을 꽉꽉 채워 잔 제 주인은 순한 양……은 못 되더라도 제법 온순해져 있었다.

“합비로 돌아가면 너도 집에 다녀와. 어머님이 기다리시겠다.”

먼저 나서서 휴가를 준다는 것만 봐도 그랬다.

적뢰는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잠부터 재워야겠다고 생각하며 대꾸했다.

“제가 가봤자 그다지 안 반기실걸요. 소가주가 같이 가셔야 신이 나시잖습니까. 누가 아들인지…….”

“그럼 같이 갈까?”

“휴가 주는 거 아니셨습니까? 고향까지 가서 또 수발을 들라고요?”

적뢰가 툴툴거렸으나 남궁휘는 개의치 않고 물었다.

“요즘도 허리가 안 좋으신가? 탕재는 안 부족하시대?”

“이미 차고 넘칩니다. 그간 챙겨주신 것으로 충분하니 그만 좀 보내십쇼. 하루가 멀다 하고 수레가 드나들어 도둑 들까 봐 겁나신답니다.”

“그냥 합비로 모시래도.”

“어머니 고집을 어떻게 꺾습니까. 평생 살던 곳에서 눈감게 두라고 성질내십니다. 휴가나 자주 주십쇼.”

적뢰의 요구를 가볍게 무시한 남궁휘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제 옷을 이리저리 살폈다.

“보기에 너무 화려하지는 않아? 좀 수수한 거로 갈아입을까?”

“남궁소가주가 수수하게 하고 나타나는 것도 이상합니다. 그냥 가세요.”

“그래. 한데 정말 빈손으로 가도 될까? 작은 선물이라도…….”

“소가주. 제가 뭐라고 말씀드렸죠?”

“어쭙잖은 선물로 마음을 얻으려 하지 말라고 했지.”

“잘 기억하시네요. 오늘은 얼굴만 비치고 오십쇼. 말 곱게 하시고요.”

“……알았어.”

얌전히 대답한 남궁휘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장장 삼 년 만이다.

어떤 얼굴로 인사를 건네야 할지, 무어라 말문을 터야 할지 잘 그려지지 않았다.

‘대뜸 이름을 부르면 놀라겠지? 초면인 것처럼 정중하게 구는 게 나을 거야.’

그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그간 타문의 소저들을 만났을 때 제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떠올려보았다.

하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식적인 인사와 쓸데없는 덕담만 오가는 찻상 앞에서의 대화를 당소혜가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옛날이야기를 꺼내자니 제 치부를 제 입으로 고하는 꼴이라 영 내키지 않았다.

‘금 타는 걸 좋아하려나? 악곡 이야기를 해 볼까? 아니지, 소혜도 무인이니 무학 이야기를…….’

그의 고민은 해가 질 때까지 이어졌다.

적뢰는 얼뜨기처럼 구는 주인의 모습이 기가 막힌 얼굴이었으나, 조용히 곁을 지켰다.

저렇게라도 머리를 식히는 쪽이 낫다고 생각해서였다.

‘……식히는 게 맞나? 오히려 더 복잡해 보이는데.’

적뢰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닌가 고민할 즈음, 남궁휘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가자. 적뢰.”

“아직 좀 이릅니다. 소가주.”

“소혜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

들뜬 목소리에 피식 웃은 적뢰는 순순히 주인의 뒤를 따랐다.

하나 약속 장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만히 서서 별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하던 남궁휘의 얼굴이 점점 울적해졌다.

“자시 지났지?”

“예. 아무래도 늦나 본데요.”

“안 나오는 건 아니겠지?”

“당 소저가 먼저 만나자고 했잖습니까. 오는 길에 사정이 생겼을지도 모르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시죠.”

고개를 끄덕인 남궁휘는 주변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십 장 내에는 들짐승이 돌아다니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십 리 내에는…….

멀리서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표정을 바꾼 남궁휘가 검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적뢰.”

“저도 들었습니다.”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남궁휘의 신형이 솟구치자 적뢰도 그 뒤를 따랐다.

약속 장소에서 일각 떨어진 풀숲에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짙은 독기에 적뢰가 기침을 하며 손부채질을 했다.

“켁! 쿨럭, 쿨럭! 당 소저가 여기 계셨나 본데요.”

“가까이 오지 마, 적뢰.”

“피독주 챙겨 들어가십쇼. 소가주.”

피독주를 물고 가라앉은 독연 속으로 걸어 들어간 남궁휘가 주변을 살폈다.

미처 수거하지 못한 암기 몇 점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흘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습격을 당한 건가?’

검흔을 유심히 바라보던 남궁휘는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꿇어앉았다. 손끝으로 흙을 쓸어보는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소가주. 그거 혹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한 남궁휘가 독연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몸에 스며든 독기를 피독주로 몰아내며 새까맣게 물든 구슬을 뱉어냈다.

“퉤, 마화야. 소혜가 마교도와 마주쳤나 봐.”

시선을 교환한 두 사람의 얼굴에 긴장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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