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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베팅 이용후기
춘춘
2023-09-09- 1539 reads
- / REVIEW
대지의 정령 레아가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가이리아가 머무는 초기형 전차에 몸을 바싹 붙였다.
“이 안으로 들어올래?”
“그래도 괜찮아?”
“응, 나쁜 것들을 다 없앴으니까.”
가이리아가 전차의 탑승 입구 해치를 열자, 레아가 안으로 들어갔다.
편안한지, 두 팔을 입구에 올리고 턱을 괴었다. 통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전차에 몸을 맡겼다.
마왕성의 연결 통로를 걸었다. 마왕성의 본체가 있는 세계에 가까워질수록 마력의 농도가 올라갔다.
‘접해보지 못했던 마력 농도에 당황하는 것일 뿐이야.’
함께 가는 레아의 상태를 살피면서 연결 통로 중앙으로 향했다.
통로 중앙에서 아리아드와 프라로, 라미아와 만나기로 했다. 개미 여왕은 기분이 좋아 츠카거리며 흥얼거렸고, 디릭크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기죽은 모습을 보였다.
“아리아드.”
“흐흐, 마왕님 오셨어요? 어, 어라. 이들은?”
아리아드가 초기형 전차인 가이리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눈이 새초롬해지더니 전차의 포탑에 탄 레아를 노려보았다.
뒤로 쑥 빠지더니 라미아에게 다가갔다. 라미아의 등에 올라탔다.
“후후.”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는 라미아.
웃으면서 아리아드의 의도에 어울려줬다. 뱀몸을 둥글게 말고 몸통을 세웠다.
라미아에 탄 아리아드의 눈높이가 전차에 탄 레아의 눈높이보다 높아졌다.
“땅의 아이들이구나. 남겨진 불쌍한 아이들.”
아리아드의 말에 움찔 놀라는 레아, 레아뿐만 아니라 가이리아 역시 동요했다.
자신의 말에 모두가 조용해지고 곱씹는 것을 즐기는 아리아드.
평상시 여왕님 놀이를 즐길 때의 모습과 같았다.
다만, 이번은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아무렇게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공교로웠다.
“위대하신 나무님이시여.”
대지의 정령인 가이리아가 초기형 전차의 몸이지만, 여인의 목소리를 냈다.
“그래, 나는 위대한 여왕, 상처받은 흙일지라도 따듯하게 낙엽으로 덮지. 계절이 지나 떨어지는 떡갈나무의 낙엽은 떡갈나무의 보은이야. 땅인 그대들은 위대한 여왕의 은혜 갚기를 받을 만하다.”
“자애로운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전차에 타고 있던 레아가 눈을 두리번거리다가 언니를 따라 하는 것처럼 황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아드가 고고한 눈빛을 꾸미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개미 여왕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이어 기죽은 디릭크를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누가 나의 하인을 괴롭혔지?”
서늘하게 변한 아리아드의 말투에 레아가 몸을 움츠렸다.
“거기까지.”
나는 잠에서 깨라는 것처럼 손뼉을 치며 아리아드와 가이리아 사이에 끼어들었다.
격이 오름에 따라 무의식중에 관찰하지 않은 사실까지 직시하고 이야기로 풀어냈지만, 더 이상은 내가 정한 규칙을 건드리게 된다.
내가 가이리아와 디릭크의 결투를 허락했고 둘은 이에 승복했다.
오만을 넘어, 건방진 여왕이라면 정당한 결투마저 권력 투쟁의 장으로 변질시켜버리겠지만, 아리아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혼낼 것이다.
“헤헤. 디릭크야.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힘내~. 그래도 건강해 보이네. 으응, 괜찮을 거야.”
나의 한마디에 아리아드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디릭크 역시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헤헤, 저 마왕님께 충성하는 거 아시죠~.”
레아의 시선이 나와 아리아드 사이를 오갔다.
확실히 이번에는 선을 넘을 뻔했음을 아리아드도 느끼는지, 가이리아나 레아를 신경 쓰지 않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물론, 알고 있다. 그것보다 개미 여왕 말인데.”
나는 품속에서 거치형 전차에 박혀 있던 보석을 꺼냈다.
“이걸 개미 여왕에게 먹이려고 해.”
프라로와 라미아가 보석을 살폈다.
나는 모두에게 농작물을 나누어주었다. 프라로와 라미아가 연구하는 동안 다른 이들과 함께 휴식을 가졌다.
***
개미 여왕이 쓰고 있던 투구와 다리 관절 보호 갑옷을 벗겨냈다.
다리 관절 보호 갑옷을 포개어, 인간의 상체 갑옷만큼 큰 투구 안에 넣었다. 개미 여왕 혼자서도 등 위에 올려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꽉 묶었다.
원래의 외골격을 드러낸 개미 여왕에게 아리아드가 다가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흙과 나무 사이에 머무는 아이야. 네가 원하는 것을 속삭여보렴.”
“츠카, 나도 나도.”
“너의 주인으로서 너를 응원한단다.”
개미 여왕이 보석을 삼켰다.
프라로와 라미아의 보조 아래 개미 여왕이 마력을 운용했다. 삼킨 보석을 녹였다.
“츠카. 나 잠시.”
“그래.”
눈을 마주쳐오는 개미 여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개미 여왕은 그제야 안심하며 입에서 끈적한 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거미가 아님에도 고치를 만들어 자신을 둘러쌌다.
“고치를 만든 건, 안전 때문이 아닐 겁니다.”
프라로가 관찰을 이어가며 말했다.
이곳은 마왕성의 연결 통로 안. 천장과 바닥 그리고 양쪽으로 막혀 있어 안전했다.
거기다가 마력 산화를 효율적으로 막기 위해 연결 통로 외부를 흙으로 덮어 개미 여왕에게 편안한 공간이었다.
“현재의 몸으로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아리아드가 고치로 다가갔다. 금세 딱딱하게 굳은 고치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흠.”
나는 조용히 긍정했다.
개미 여왕은 개미의 머리, 가슴, 배 중 배의 비율이 다른 개미의 두 배였다. 개미집에서 그녀는 여왕개미였고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나를 따르고 나서 개미 여왕은 여왕개미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수개미가 없다고 해도 처녀생식이 가능하기에, 그녀가 원한다면 개미집을 꾸릴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그저, 아리아드와 함께 어울려 다니고, 나와 다른 이들과 함께 싸우는 것을 즐겼다.
“설마.”
개미 여왕의 배가 크다고 해도 움직임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산란을 준비하는 상태라면 배를 보호하는 데 전념해야 하지만, 그렇지도 않아서 특별한 약점도 아니었다.
침착한 시간이 흘러갔다.
레아가 지겨운지, 초기형 전차 안에서 꼼지락거리다가 아리아드에게 다가가 함께 고치를 구경했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는 프라로와 라미아가 조그맣게 대화했다.
이 대화에 가이리아가 합류했다. 그녀가 경험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프라로와 라미아는 이를 분석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신호한 것처럼 모두의 시선이 개미 여왕이 만든 고치에 모였다.
부드럽게 갈라지는 고치.
갈라진 틈에서 나오는 새하얀 손.
“큼.”
나는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새하얗게 긴 손이 보였다. 어깨와 가슴, 머리에는 개미의 외골격이 갑옷처럼 자리했다.
익숙한 형태인 것을 보면, 마왕성 내에서 묘인족이 입고 다니는 여성형 갑옷을 참고한 듯했다.
“츠카. 나, 나도 이제.”
고치를 완전히 거두고 개미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 것치고는 개미 여왕이 고치 속에서 나와서 한 첫 번째 행동은 평범했다.
몸을 감쌌던 고치를 알뜰하게 뜯어먹기 시작했다.
“저의 모습 역시 개미 여왕에게 영향을 끼쳤군요. 아니면 백마족을 기억한 걸까요?”
웃는 건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는 표정으로 라미아가 말했다.
라미아처럼 개미 여왕 역시 상체는 인간 여성이면서, 하체는 개미 몬스터의 가슴, 배 구조를 가졌다.
머리가 있어야 할 곳에 인간의 상체가 달린 것은 켄타우로스의 형태를 가진 백마족과도 비슷했다.
아리아드가 개미 여왕에게 다가가 쓰다듬어주면서 흐뭇해했다.
탈 것의 성장이 마냥 기쁜 모양새였다.
“어, 날개다. 이제 날 수 있어? 헤헤. 개미 여왕도 하피가 부러웠구나. 좋아. 우리도 날자.”
“츠카. 우리 날아.”
산란을 시작하기 전의 여왕개미를 공주개미라고 부를 수 있다면, 개미 여왕의 날개는 공주개미의 날개보다는 딱정벌레의 날개와 닮았다.
전투를 치를 때, 딱딱한 곁날개로 속 날개를 보호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는 등에 누구를 태울 때도 안전장치로 작용할 것이다. 곁날개가 빠르게 움직이는 속 날개에 탑승자가 닿지 않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거기다가 곁날개는 마력의 산화에 저항하는 데에도 유리했다.
하피는 넓은 날개만큼 공기와 닿는 면적이 넓었다. 그래서, 이계로 데리고 가는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물론, 개미 여왕의 속 날개 역시 펼치고 날 때는 마력의 산화가 심하겠지만, 지상에 내려와서는 곁날개 속에 속 날개를 감추고 쉴 수 있다.
“저 여왕개미에게 날개는….”
“그래, 공주개미는 혼인비행을 한 후, 날개를 떼버리고 여왕개미가 되지.”
프라로가 생각하는 바를 나 역시 깨달았다.
새롭게 혼인비행을 하고 산란을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이전과 다른 아이들을 낳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여왕개미는 처녀생식을 하는 경우도 있어 짝을 구해주기 위해 고민하거나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호리호리한 것을 보면 산란보다 전투에 마음이 있는 듯합니다.”
라미아가 짝을 구하는 여성체가 늘어나면, 경쟁자라도 늘어나는 것처럼 투덜거리는 어투로 말했다.
“마왕님 나, 날고 싶어.”
아리아드가 내게 다가와 허락을 구했다.
“그래, 괜찮을 테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그녀는 개미 여왕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당연히 첫 비행은 마력이 존재하는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프라로, 라미아. 아리아드와 개미 여왕을 부탁한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걱정 마시길.”
아리아드는 순간 이동으로 귀환하는 능력이 있으니, 개미 여왕의 비행에 함께 해도 위험하지 않았다.
“마왕님. 첫 비행 함께 안 해?”
개미 여왕의 새롭게 얻은 인간 여성의 얼굴에 아쉬움이 물씬 묻어나왔다.
“그래. 연결 통로 너머에서 방어를 준비해야 하니까.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 비행에 충분히 익숙해지면 넘어와. 넘어오면 함께할 수 있으니까.”
“응….”
살짝 침울해했지만, 개미 몸통을 토닥여주자 천천히 밝아졌다.
“아, 프라로. 대장장이 작은 나가들에게 개미 여왕의 투구와 관절 보호 갑옷을 개량해달라고 지시해줘.”
“네, 알겠습니다.”
대장장이 비아모와 헤리아를 비롯한 작은 나가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유적에서 파낸 냉병기와 갑옷뿐만 아니라 내가 가져온 게임상의 장비도 아인족의 몸에 맞게 개조했다.
방패를 이어 만든 개미 여왕의 투구도 비아모의 작품이었다.
개미 여왕의 등에 그녀의 장비를 올려주고 인벤토리에서 딸기를 잔뜩 꺼내 챙겨주었다.
적응에 약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개미 여왕 덕분에 얻을 수 있는 전술적 이득이 더욱 커졌다.
‘시야 확보가 개선된다. 마력 산화를 줄이기 위해 지하에 치중하는 단점이 사라진다.’
이동과 작전을 지하에서 펼치면 스타베팅 시야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 단점은 전투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무시 못 할 단점이 될 수 있었다. 대규모 접전에서 시야 확보는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개미 여왕이 주기적으로 날아올라 살피면 이 단점은 극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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